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판별하라
최종 합격을 결정하는 갈림길: 인성면접
취업은 시험이 아니다. 채용은 기업에 적합한지, 지원직무를 잘 할 수 있는 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 등의 필기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면접과정에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게 된다. 면접은 당신의 본질을 심도 있게 검증하는 채용의 핵심이다. 취업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월간 <시사&상식>에 '취업 A to Z'를 게재 중이며, 6월부터는 면접과련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글은 면접유형 중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인성면접에 대해 안내한다. |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은 기업별로 100명이 지원하면 3명만 최종 합격한다고 한다. 이 중 절반은 3년이 지나기 전에 중도 퇴사한다. 그래서 기업은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태도와 가치관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려고 한다. 직무역량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는 인성면접이 강화되는 이유이다.
인문학 도서를 읽으면 인성면접에 유리할까?
KB국민은행은 2012년 하반기 공채부터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였다. 그 후 다른 은행과 기업도 인문학 소양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채용과정에 인문학적 소양을 반영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문학이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이 인문학 분야를 대표한다. 실무형 인재는 단기적인 성과는 창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 생존과 발전에 충분하지 않다. 세상과 삶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미래를 통찰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정신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고, 인문학적 소양은 직장생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인문학 서적에 대한 독서나 역사 에세이, 역사 논술 등으로 인문학 지식을 평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KB국민은행: 인문학 관련 자기소개서 문항 변천사
시기 |
인문학 관련 자기소개서 문항 |
2012년 하반기 |
문학/역사/철학 등 학문분야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통찰력, 상상력, 창의력 등을 향상시킨 경험에 대해서 서술하시기 바랍니다. (500바이트) |
2013년 하반기 |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건과 그 이유에 대해 약술하시기 바랍니다. (100자) 문학/역사/철학/예술과 관련한 깊은 고민이나 경험을 통해 본인의 창의력, 통찰력을 향상시켰던 사례에 대해 기술하십시오. (400자) |
2014년 하반기 |
사회가 빠르게 디지털화 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최근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하십시오. (600자) |
2015년 상반기 |
인문학 도서 중 추천하고 싶은 1권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약술하십시오. (300자) 역사 속 인물 중 본인을 나타낼 수 있는 인물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경험을 서술하십시오. (600자) |
KB국민은행은 2012년에는 인문학 도서를 제시하며 면접에서 질문하였고, 2013년에는 인문학 서적에 대해 토론면접을 적용하였다. 그런데 인문학 도서를 많이 읽으면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나고 채용에 유리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은행은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거지, 교양이 많거나 인문학 소양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걸까?
KB국민은행은 일 잘하는 사람, KB 조직에 잘 부합되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한다. 인문학적 소양만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은행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국민은행에 잘 부합되는지 인문학적 소양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즉, 은행 업무에 적합한 인성인지, 국민은행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인재상에 부합되는 인성을 지닌 사람인지를 인문학적 소양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지식이 아니라 삶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인생철학, 가치관, 직장관 등 정신적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다. 지식과 교양으로 포장된 사람이 아니라 생각과 태도의 바탕에 바람직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폭넓은 사고로 고객을 대하고, 동료와 협력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참고 견디면서 오랫동안 조직발전에 기여할 사람이다. 채용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성 요소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 작성 시에는 우선적으로 지원직무에 적합한 실무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부가적으로 해당기업이 원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임을 알려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은 면접과정에서 질의응답이나 관찰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해당기업과 지원직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하며, 지원기업의 핵심가치와 인재상을 숙지하여 자신이 지닌 강점과 정신적 가치를 인문학적 소양으로 치환해야 한다. 인문학 도서를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입시처럼 대비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인문학적 소양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 기업과 일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 습관이다.
채용부문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2013년 하반기 현대자동차는 인적성검사에 역사에세이를 추가했다. 2014년 상반기에는 삼성과 SK가, 하반기에는 LG가 인적성검사에 한국사 영역을 추가했다.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했고, 삼성은 세계사 지식도 함께 물었다. GS그룹도 2014년 상반기부터 전 계열사가 한국사 역량을 평가했다. 특히 GS리테일과 GS건설은 역사면접을 신설하고 2차 인성면접 때 역사적 소양을 질문했다. 포스코는 2014년 상반기 직무역량평가에 역사 에세이를 추가하고 면접 때도 역사 관련 질문이 나왔다.
2014년 하반기에는 CJ가 인적성검사에 인문학 영역을 신설하고 사업 아이템과 연결시켜 질문했다. 신세계도 인문학 소양을 측정하는 시험을 도입했고, 하나은행은 합숙면접에서 인문학 평가를 강화하였다. 인문학 열풍을 몰고 온 KB국민은행은 2014년 하반기부터 필기시험에 국사문제를 추가했다. 갈수록 대기업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문학 열풍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채용부문에 불고 있는 인문학 동향을 분석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신한은행: 2014년 상반기 자기소개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을 선택한 이유와 느낀 점을 기술하시오.
●현대자동차: 2014년 하반기 인적성검사 신사임당은 살아생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후에 아들 율곡 이이 등 사림이 정권을 잡고 신사임당을 존중하면서 부각되었다. 본인의 관점에서 역사상 저평가되었다고 생각되는 인물에 대해 쓰시오.
●CJ그룹: 2014년 하반기 인적성검사 ‘왕의 남자’, ‘황진이’, ‘최종병기 활’, ‘신기전’, ‘관상’ 중 ‘명량’의 시대적 배경 이후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고르시오.
● GS리테일: 2014년 하반기 2차 면접 여행한 곳 중 가장 감명 깊었던 한국사 유적지가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하시오.
●하나은행: 2014년 하반기 2차 면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인문학 서적은 무엇인가?
●포스코: 2014년 하반기 면접(역사 에세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당시 중국과 사대부들의 극심한 반대를 뚫고 백성을 위해 고집한 정책이었다. 한글 창제 의의를 당시 중국과의 관계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적어 보시오. |
채용부문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인문학 지식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려는 지원자 중에서 알짜 후보자를 선별하기 위한 방법이다. 지원직무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았고, 기업과 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과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지녔다면 인문학적 소양은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치기준이 지원기업의 인재상에 부합되어야 하고,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문학 지식은 필요하다. 해당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진행하는 평가기준은 지원자가 해당기업과 지원직무에 얼마나 적합한지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기업 발전에 기여할 알짜 인재를 찾는 것이다. 기업은 스펙과 미사여구로 포장한 지원자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할 인재를 원한다.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해결책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잉태된다. 따라서 독서는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학습 방법으로 매우 중요하다. 시류에 편승하는 베스트 셀러에 유혹 당하지 말고 생각과 행동을 넓히는 인문학 도서를 꾸준히 읽어야 한다.
면접관의 로망: 일 잘하고 인성 좋은 인재 선발
다음은 일본의 고승 하쿠인 에카쿠 선사 이야기를 요즘 상황에 맞춰 각색한 내용이다.
명문대를 나와 출세를 꿈꾸는 한 남성이 덕망 높은 수도승을 찾아갔다. 수도승은 오랜 수련을 통해 삶의 이치에 통달해 있었다. 남성이 물었다. "성공과 실패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수도승은 대답하지 않은 채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소?" 라고 물었다. "저는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라고 남성이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는 사리사욕을 탐하는 소인배 같소만."이라고 수도승이 웃으며 말했다. 이 말에 남성은 격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 왔는데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거요.”
화를 참지 못하는 남성을 향해 수도승이 대답했다. "방금 실패의 문이 열렸소이다." 남성은 무슨 말인지 퍼뜩 알아차렸다. 과연 소문대로 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자리에 정중하게 앉아서 예의를 갖추었다. 이 모습을 보고 수도승이 말했다. "방금 성공의 문이 열렸소이다." |
만일 위 남성이 구직자로서 새로운 채용기회에 지원했을 때, 직무에 대한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실패의 문을 여는 태도가 강하면 탈락할 것이요, 성공의 문을 여는 태도가 많으면 합격할 것이다. 이런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 잘하는 실무형 인재를 우대하고 글로벌 인재를 중시한다. 하지만 능력만 중시하면 협력보다 개인 취향을 우선 시하고 상황이 힘들어지면 쉽게 이직하는 조직문화가 생겨난다. 우수한 인재일지라도 인성이 좋지 않으면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인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중시되고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는 일 잘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물이다. 기업은 실무능력 위주로 지원자를 평가하면서 인성 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별한다. 요즘 신입사원은 중도 퇴사가 많기 때문에 일은 잘하지만 인성이 문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인성면접에서는 일도 잘하고 인성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관이 다양한 질문으로 당신의 생얼을 보려고 노력한다.
인성면접에 영향을 미치는 메라비언의 법칙
“대화할 때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7% 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나머지는 복장, 목소리의 톤, 냄새 등 말 이외의 다른 조건들로 판단한다.”
이것은 1970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알버트 메라비언 교수가 그의 저서 <Silent Messages>에서 발표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다. 대화에서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중요시 된다는 이론으로,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는 법칙이다.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이미지를 주어야 하는 직종의 사원교육으로 활용되는 이론이다.
시각이미지는 자세, 용모와 복장, 제스처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말하며, 청각은 목소리의 톤이나 음색처럼 언어의 품질을 의미하며, 언어는 말의 내용이다. 이는 대화를 통해 내용을 전달할 때 말의 내용보다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청각과 시각적 요소가 93%나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면접관에게 호감을 주는 지원자가 유리하다.
▶면접에 적용되는 메라비언의 법칙
‘메라비언의 법칙’은 조직적합도를 평가하는 인성면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원자의 직무적합도를 평가하는 1차 면접에서도 인성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대부분 기업은 직무적합도를 평가하는 역량면접, 그룹토론면접, PT면접과 별개로 전문적인 인성면접을 진행한다. 인성면접은 주로 임원진이 평가하며, 직무와 조직문화에 적합한 성격이나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평가한다.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원자가 주는 인상이나 태도, 성격 등이 중요하다. 지원자들은 말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면접관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면접평가에 대한 교육을 받지만 면접장에서는 청각과 시각적으로 호감을 주는 지원자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목소리와 태도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적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도 이를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인 목소리와 태도가 나쁘다면 전달하려는 내용은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선거유세를 할 때 ‘징징거린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 원인은 각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나머지 단어들보다 한두 톤 높게 발음하는 말 버릇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한두 톤 낮게 발음하면, 그 문장에는 힘과 권위가 가득 실린다. 영화배우 존 웨인은 그러한 미묘한 차이를 일찌감치 통달한 사람이다. 그는 그 차이를 활용해 관객들 앞에서 위엄 있는 이미지를 심었다. 결국 조지 부시는 문장의 맨 끝 단어를 높이지 않는 방법을 배웠고, 그 결과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조지 부시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는 데는 억양의 변화가 크게 기여했다. 말을 할 때 음량과 억양, 뉘앙스는 매우 중요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인성면접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은 단기간의 면접연습으로 대비하기 어렵다.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떤 취업을 원하는지 등 세상과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높은 연봉과 편안한 근무조건을 선호한다. 구글 등 일부 기업의 근무조건과 조직문화가 부럽지만 기업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든 잭 웰치는 “일과 삶에 균형이란 없다. 무엇이 중요한지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을 대표하는 GE의 최고 경영자가 현실을 직시한 말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끈기 있게 노력하며 인생의 목표, 직장에서의 목표를 추구하는 태도와 가치관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깔려 있다. 따라서 삶과 직장생활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분명해야 하고, 면접관이 공감할 수 있어야 인성면접에 유리하다.
면접관은 ‘지난 여름에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의 활동경험을 살펴보는 일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기업은 대학 입학 이후의 활동경험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런 의도도 모른 채 대학시절의 빈약한 활동을 숨기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 심지어 중학교나 초등학교 시절의 화려한 이력을 꺼낸다. 초등학교 시절 잘나가던 모습이 현재의 당신을 대변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이 변하고 생각이 바뀌고 사람이 변한다. 최근 3~5년의 모습을 살펴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인성면접에서는 10년 전의 당신 모습에도 관심이 있지만, 가장 최근에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 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A씨는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현대모비스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인적성시험에서 탈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현대모비스에 근무하고 싶다는 열정이 강하기에 하반기에도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다. 졸업하였기에 시간이 많은 편인데 영어 학원에 다니고, 인적성검사 대비 공부를 하고, 취업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하반기 공채 때 현대모비스의 인성면접 면접관이라면 A씨에게 다음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고 싶다는 열정 때문에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본인 모습이 첫 번째 지원할 때와 비교하여 얼마나 발전했는지 설명해 보세요.” |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은 책상에서 하는 취업준비를 반복한다. 취업에 실패한 실질적인 원인을 분석한 후 변화된 행동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실패이유와 취업준비는 사람마다 비슷하다. 스펙이 불리하거나, 영어점수가 낮거나, 나이가 많아서 탈락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래서 영어실력이 아니라 영어점수를 높이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부족한 스펙을 메우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 스터디에 참가하여 불안감을 줄이며 막연하게 취업성공을 꿈꾼다. 이처럼 형식적이고 잘못된 취업준비로 취업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인성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화장발을 지우고 참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지원 동기가 납득할만한지, 지원직무로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성격이 어떠한 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협력하는지, 힘든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어떻게 해소하는지, 직장생활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꿈꾸는지, 취미와 개인적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것이 생활에 어떤 활력소가 되는지 등 지원자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고,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면접관은 해당기업에 잘 적응하고 오랫동안 근무하며 기업 발전에 기여할 사람인지 판별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운다. 당신은 그런 사람으로 평가 받을 자신이 있는가?
면접관은 당신이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파악하고, 입사 후 어떻게 행동할 사람인지 예측한다. 5년 전보다 3년 전의 당신 모습, 3년 전보다 지난 6개월 동안의 당신 모습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평가한다. 이런 면접관에게 책상머리에서 한 취업준비를 어떻게 납득시킬 셈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한 달이라도 좋으니 기업과 일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현장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활동하는 경험을 쌓아라. 사람들 속에서 동고동락하며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생각을 넓히고, 일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며,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를 길러야 한다. 그런 경험에 다시 도전하라!
인성면접에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
인성면접에서는 조직적합도를 평가한다. 지원직무에 적합하다고 통과시킨 3~4배수의 지원자 중에서 한 명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지원자 중에서 면접관이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지원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임원들이 진행하는 인성면접은 긴장감이 높아진다.
인성면접은 어렵지 않은 질문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온다.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특이한 점이나 약점을 찾아 질문한다. 학점이 낮으면 성실성을 의심하고, 동아리 등 활동경험이 빈약하면 대인관계나 사회성을 체크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나 갈등 정도를 평가하고, 중도에 그만둘 사람인지 오랫동안 다닐 사람인지 확인한다. 답변 내용이 의심스러우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압박면접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는다. 기본적인 인성면접 질문은 다음과 같지만,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질문들이 나온다.
-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해보라. - 우리 회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 최근 6개월 동안 우리 회사 뉴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 인재상 중 본인이 가장 적합한 항목은 무엇이고, 가장 미흡한 항목은 무엇인가? -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졸업 후 다른 기업에 1년 동안 근무했는데, 왜 중도 퇴사했나? 입사 후 우리 회사도 쉽게 퇴사할 것 아닌가? - 지난 1년 동안 100군데 기업에 지원했다고 하는데, 취업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주량은 얼마나 되며, 가장 최근에 누구와 술자리를 가졌나? -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그 친구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요리 잘하는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점심시간에 근처에서 편하게 먹는 일과, 조금 멀어도 맛있는 집으로 가서 먹는 일 중에서 본인은 어느 쪽을 선호하나? - 입사 후 주말은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 입사 후 업무 중에 상사와 의견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할건가? -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말해보라.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으면 해보라. |
인성면접에서의 답변은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는 기업 인재상에 부합되어야 하고, 둘째로 면접관 입장에서 답변해야 한다.
인재상에 초점을 맞추어라
인성면접에서는 해당기업과 사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기업의 핵심가치와 인재상에 부합되는 인성을 지닌 사람인지 평가한다. 따라서 홈페이지와 사업보고서, 기사 검색을 통해 해당기업을 공부해야 한다. 기업 연혁, 최고경영자, 사업내용과 제품, 사업장, 경쟁사, 최근 3년간의 경영성과(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직원수, 미션, 비전, 경영이념, 핵심가치, 인재상 등을 숙지해야 한다. 상장기업이나 대기업 계열 등록기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분기마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한다. 사업보고서에 기술된 사업의 내용, 재무제표, 임직원 현황 자료는 큰 도움이 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던 코참비즈 사이트는 비상장 기업정보 수집에 매우 유용했는데 2015년6월30일자로 서비스가 종료되어 아쉽다.
인성면접에서는 인재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원 기업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후 자신의 강점과 활동경험 상의 키워드를 인재상에 매칭시켜야 한다. 활동경험을 인용하여 답변할 때 인재상에 부합되도록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당신이 해당기업 인재상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일관성 있게 강조해야 한다. 기업 인재상은 대부분 다음 인성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 적극성: 열정, 도전정신, 리더십, 창의력, 능동성, 개방성, 승부욕, 일등 정신
- 책임감: 성실성, 주인정신, 집중력, 팀워크, 협력, 희생정신, 치밀함
- 지속성: 충성심, 소속감, 도덕성, 끈기, 근성, 연대감, 신뢰
역지사지(易地思之) 마인드
지원자는 면접관 입장에서 답변해야 한다. 면접관은 지원자를 잘 알지 못한다.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면접장에서 첫 대면을 하는데, 지원자는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면접관은 자기 중심적인 지원자 답변을 듣고서 지원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부적합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면접에서는 자기 관점이 아니라 면접관 관점에서 답변해야 한다.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는 인성면접에서 역지사지 마인드가 더욱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강하다. 인성면접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답변하다가는 탈락할 위험이 커진다. 면접관 의도에 주파수를 맞추어 답변해야 한다. 역지사지 마인드는 비즈니스 용어로 바꾸면 고객마인드이다. 영업뿐 아니라 모든 직무에 고객마인드가 요구된다. 거래선과 협력사는 외부 고객이요, 회사 내 다른 팀과 동료들은 내부 고객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고객이다. 고객 의도를 파악하여 고객을 만족시키는 답변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거짓되거나 과장된 답변을 피하고 진솔해야 한다. 채용기업과 면접관 입장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 마인드는 취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판별하라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쌓기에 매달리며 회사생활에 필요한 대인관계나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서작성 능력, 비즈니스 예절 등은 소홀히 한다. 기업은 실무에 능숙하고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인성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어떤 지원자가 해당기업에 더 적합한지 판별한다. 지원자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강한 인재를 선호한다. 인성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다음은 유튜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 이야기이다.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하여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다시 새로운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분투 중이다.
처음 실리콘밸리로 왔을 때 이곳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가득했다. 그들 중에는 집에 10여 개의 거실이 있는 대저택을 가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있었다. 그렇게 돈이 넘쳐 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볼품없는 사무실로 나와 매주 80시간씩, 100시간씩 일을 하곤 했다. 처음엔 이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만약 자기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으면 절대 일하지 않고 매일 놀며 즐길 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 큰 돈을 모으지 못한다는 사실을.
구글을 나와 새로 회사를 세웠을 때 나는 풀타임으로 일할 생각이 없었다. 매주 3~4일만 나오고 아이와 놀아주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가 재연되고 말았다. 나는 프로젝트를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꿈속에서도 일을 했다. 근무시간에만 일을 생각하고 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빠져나가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주 100시간씩 일하는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무명 시절일 때 유명한 여성 제작자 게일 앤 허드를 소개 받았다. 카메론은 오랫동안 공들인 시나리오를 허드에게 보여 주며 제안했다.
“이 시나리오를 단돈 1달러에 팔겠습니다.”
허드는 배짱 두둑한 사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케메론이 말했다.
“단, 내가 이 영화 감독을 맡는 조건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가 <터미네이터>이다. 무명의 감독 지망생이 세계적인 감독이 되는 계기는 저절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인성면접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기업에 자신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이다. 기업과 일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지원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취업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인성면접에서 취업을 붙들어라!
----------------------------------------------------------------------------------------------------------------------------------------
칼럼니스트 소개
김호종 (mentor@careermap.kr)
- 한국취업코칭센터 대표 / 취업전문가
前 피플앤컴퍼니 대표이사, 유니코써어치 상무, CJ그룹 팀장, 두산그룹 과장
- 대학 및 기관 대상 취업특강/취업캠프, 개인별 1:1 취업컨설팅 진행
- 취업블로그 ‘김호종의 아주 특별한 취업컨설팅’ 운영(http://blog.careermap.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