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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인] P&G 싱가포르 아시아 본부 김상현 사장

(출처) 조선닷컴  2008.9.23  신은진 기자

[글로벌기업의 한국인] "까다로운 한국시장 경험이 최고의 자산"
P&G 싱가포르 아시아 본부 김상현 사장
아세안 5개국과 아시아 신흥개발국 32개국 총괄
"현지의 인재 계발하기 위해 할 일 무궁무진"
이수경 상무와 함께 본사 주목 받는 '글로벌리더'

22일 오후 1시(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웨스트 레이크(West Lake) 지역. P&G에서 아세안 5개국(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과 아시아 신흥 개발국 32개국을 총괄하고 있는 김상현(45) 사장은 36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시간째 이 지역 구멍가게와 슈퍼마켓을 돌아보고 있다. P&G 제품이 매장 주인과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직접 살피고 있는 것. 2주 전에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지역을 비슷한 방법으로 둘러봤다. 김 사장의 사무실이 있는 싱가포르 아시아 본부에 머무르는 날은 한 달에 고작 열흘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각, 아시아·오세아니아 9개 나라에서 헤어제품 브랜드인 헤드앤숄더, 비달사순과 염색제 브랜드인 웰라 등을 담당하는 이수경 마케팅 상무는 인도 뭄바이의 상가(商街)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 상무는 이날 이 지역의 슈퍼마켓과 일반 가정을 돌아보며,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을 직접 챙겼다.

현재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업체인 P&G에는 80여 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미국, 캐나다, 독일, 중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본부에는 김상현 사장을 비롯해 20명 이상의 한국인이 포진해 인도인과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호텔방에서 하노이나 콜롬보 시내를 내려다보면 한국의 60년대가 떠오릅니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현지 인재들을 계발하기 위해 제가 할 일이 무궁무진하죠. 마치 신입사원이 된 것처럼 흥분과 열정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김 사장이 신입사원 시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세련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시장을 총괄했던 5년 동안의 경험이 축적돼 있다는 것. 그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내 삶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와튼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P&G 미국 본사의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P&G가 설립된 1989년 한국 사무소에 합류했고, 이후 일본 지사, 미국 본사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03년에는 한국P&G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P&G본사의 부사장 중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글로벌 핵심 리더'로 꼽히고 있다. 김 사장은 "유행을 선도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과 제품 평가에 적극적인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단련된 한국 P&G 직원들에게는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9개 나라에서 헤드앤숄더, 비달사순, 웰라를 담당하는 이수경(42) 상무는 제일기획을 그만두고 29세에 P&G에 입사했다. 입사하면서 맡은 생리대 브랜드 위스퍼를 시장 점유율 45%의 1위 브랜드로 만들었고,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샴푸 브랜드 팬틴도 12%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 상무는 회사와 제품 이름 없이 물음표만을 그려 넣은 무료홍보제품을 대대적으로 배포한 미스터리 마케팅 전략과 2주 동안 제품을 사용해도 머릿결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100% 환불하겠다는 '14일의 약속' 마케팅으로 좋은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상무는 뛰어난 성과 덕에 입사 8년 만인 지난 2002년 한국P&G 최초의 여성임원이자 마케팅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 역시 김 사장과 함께 P&G 본사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리더에 속한다. 이 상무는 "일과 가정을 완벽히 꾸리는 '수퍼우먼'이 되기보다 그날 하루,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 P&G는 ?
1837년 미국에서 세워진 생활용품업체. 160여 개국에 팬틴, 헤드앤숄더, 비달사순, 질레트, 브라운 등 3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4만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07년 기준 매출액은 835억 달러(약 83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