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톨스토이를 만나러 간 1만2000km 여정
1880년대 말, 러시아 시골역에서 철도원으로 일하던 청년은 문학에 대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모스크바에 있는 톨스토이를 만나러 갔다. 대문호인 톨스토이만이 자신의 시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려줄 거라 믿었기 때문에, 그 청년은 약 6,000km나 떨어진 거리가 두렵지 않았다. 산과 강을 건너고 꽁꽁 언 설원을 지나 오직 문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 톨스토이를 찾아 갔다.
청년은 영하 3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모스크바에 도착하였으나, 톨스토이는 먼 여행을 떠나고 없었다. 그는 하는 수없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 했는데,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세상은 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청년은 비록 톨스토이는 만나지 못했지만 길고 긴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접했다. 물건 배달부와 어부,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특히 하층계급의 삶의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얻었다. 그는 이 여행을 계기로 삶의 무게를 다루는 글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다.
청년은 비록 톨스토이는 만나지 못했지만 1만2000km에 이르는 긴 여행에 도전하여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고, 톨스토이라는 대가의 평가 대신 삶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펼쳐 나갔다. 그 청년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가 막심 고리키(1868.03~1936.06)이다.
이처럼 어떤 목표에 도전하여 비록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은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1만2000km의 여행을 무작정 떠날 용기가 있는가? 교통이 발달한 지금과 달리 120여 년 전의 1만2000km는 목숨을 건 험난한 여정이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이런 열정을 지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