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닷컴 2008.1.22 송의달 홍콩 특파원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방관자
싱가포르와 홍콩은 영원한 앙숙이다. 가령 홍콩이 아시아 허브 자리를 위해 중국 시장의 최대 관문임을 떠들면, 싱가포르는 인도와 중동 진출의 최적지라고 응수한다. 세계경제포럼(WEF)·헤리티지재단 같은 단체의 기업·경영환경 평가 조사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며 매년 날 선 신경전을 펼친다.
두 나라가 최근 새로 승부를 시작한 분야가 있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전'이다. 홍콩 정부가 2006년 6월 전 세계 고학력 전문인, 과학자,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 유입'(QMAS) 방안을 내놓은 게 시발탄이다. 지금까지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리윈디(李云迪)와 랑랑(郞朗), 영화배우 장쯔이(章子怡)를 비롯해 322명이 이 제도로 홍콩 영구거주 절차를 마쳤고, 600여 명이 막판 심사 중이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지난해 5월 "해외 전문 인력과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앞으로 5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나섰다. 지난달부터는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8개 선진국의 17~30세 대학생(대졸자 포함)들에게 6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내주고 있다. 이들은 취업 업종과 임금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싱가포르 내 장기 취업과 거주를 장려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미 총인구(450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100만명이나 되는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국립대 등 3개 명문 대학의 외국인 학생 비율이 22%나 된다. 그런데도 지식인들 사이에는 국가의 명운(命運)이 고급 두뇌 유치에 걸려 있다는 공감대가 확고하다.
리콴유(李光耀) 고문장관은 "싱가포르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라면, 해외 인재는 디스크 용량을 수백만 바이트(byte)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캠페인의 '선봉장'을 자임한다.
싱가포르의 '반격'에 놀란 홍콩은 지난 18일, 50세 이하로 정해진 QMAS의 연령제한을 철폐하고 홍콩 내 외국 대학생들에게 졸업 후 1년 동안 더 머무를 수 있는 특별비자를 발급하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합동으로 홍콩대학과 과기대·중문대 등은 성적 우수자에게 전액 학비 외에 연간 최대 9만2000홍콩달러(약 11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초유의 '당근'도 제시했다. 중국 대륙의 일류 수재들을 베이징(北京)대·칭화(淸華)대 대신 홍콩 내 대학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고급 두뇌 유치 노력은 강소국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100만달러를 들여 인도·중국을 대상으로 미국으로의 유학을 홍보하는 TV광고를 내보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심한 유럽연합(EU)도 고학력 인력에게 2년마다 갱신 가능한 거주 허가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경우, '세계 100위권 내 대학과 연구소의 석학 1000명을 초빙해 국내 상위 100위권 대학에 10명씩 배치, 세계 최고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111 계획'을 실천 중이다.
정작 이런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흐름을 방관한 채 역류(逆流)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두뇌유출 지수'를 보면, 한국은 1995년 7.53점(10점은 인재 완전 유입, 0점은 완전 유출)으로 세계 4위의 유입국가였으나, 2006년에는 4.91점으로 58개국 중 38위로 추락했다.
차기 정부는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고급 인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해외 두뇌들은 한국을 외면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상 유지도 버거울 것이다.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방관자
싱가포르와 홍콩은 영원한 앙숙이다. 가령 홍콩이 아시아 허브 자리를 위해 중국 시장의 최대 관문임을 떠들면, 싱가포르는 인도와 중동 진출의 최적지라고 응수한다. 세계경제포럼(WEF)·헤리티지재단 같은 단체의 기업·경영환경 평가 조사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며 매년 날 선 신경전을 펼친다.
두 나라가 최근 새로 승부를 시작한 분야가 있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전'이다. 홍콩 정부가 2006년 6월 전 세계 고학력 전문인, 과학자,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 유입'(QMAS) 방안을 내놓은 게 시발탄이다. 지금까지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리윈디(李云迪)와 랑랑(郞朗), 영화배우 장쯔이(章子怡)를 비롯해 322명이 이 제도로 홍콩 영구거주 절차를 마쳤고, 600여 명이 막판 심사 중이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지난해 5월 "해외 전문 인력과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앞으로 5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나섰다. 지난달부터는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8개 선진국의 17~30세 대학생(대졸자 포함)들에게 6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내주고 있다. 이들은 취업 업종과 임금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싱가포르 내 장기 취업과 거주를 장려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미 총인구(450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100만명이나 되는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국립대 등 3개 명문 대학의 외국인 학생 비율이 22%나 된다. 그런데도 지식인들 사이에는 국가의 명운(命運)이 고급 두뇌 유치에 걸려 있다는 공감대가 확고하다.
리콴유(李光耀) 고문장관은 "싱가포르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라면, 해외 인재는 디스크 용량을 수백만 바이트(byte)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캠페인의 '선봉장'을 자임한다.
싱가포르의 '반격'에 놀란 홍콩은 지난 18일, 50세 이하로 정해진 QMAS의 연령제한을 철폐하고 홍콩 내 외국 대학생들에게 졸업 후 1년 동안 더 머무를 수 있는 특별비자를 발급하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합동으로 홍콩대학과 과기대·중문대 등은 성적 우수자에게 전액 학비 외에 연간 최대 9만2000홍콩달러(약 11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초유의 '당근'도 제시했다. 중국 대륙의 일류 수재들을 베이징(北京)대·칭화(淸華)대 대신 홍콩 내 대학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고급 두뇌 유치 노력은 강소국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100만달러를 들여 인도·중국을 대상으로 미국으로의 유학을 홍보하는 TV광고를 내보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심한 유럽연합(EU)도 고학력 인력에게 2년마다 갱신 가능한 거주 허가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경우, '세계 100위권 내 대학과 연구소의 석학 1000명을 초빙해 국내 상위 100위권 대학에 10명씩 배치, 세계 최고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111 계획'을 실천 중이다.
정작 이런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흐름을 방관한 채 역류(逆流)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두뇌유출 지수'를 보면, 한국은 1995년 7.53점(10점은 인재 완전 유입, 0점은 완전 유출)으로 세계 4위의 유입국가였으나, 2006년에는 4.91점으로 58개국 중 38위로 추락했다.
차기 정부는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고급 인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해외 두뇌들은 한국을 외면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상 유지도 버거울 것이다.